짧은시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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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귀천> / 태어남이 축복인지 의문이 들 때 / 유명시 추천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태어난 우리는 반드시 죽어야만 합니다. 이 사실은 내 마음 어딘가를 불편하게 만들어요. 이 땅에 태어남은 축복일까? 의문이 들 때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위로를 건넵니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요. 나도 내가 사랑했던 그들과 같이 하늘로 돌아갈 것입니다.
2022.12.07 -
겨울시 추천 / 도혜 김혜진 <눈사람> /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시를 하나 마주했는데 참 감각적이다 싶은 시였다. 김혜진 시인의 겨울이 슬슬 다가오는 요즘 생각나는 시같다. 게다가 마침 독일 유학중인 친구가 여긴 벌써 첫눈이 온다며 사진을 보여줬는데 겨울을 기대하는 마음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 각자의 기억의 겨울을 떠올리는 시가 되길:) 눈사람 도혜 김혜진 첫눈 내리던 어느날 그사람이 만들어 준 작은 눈사람 하나 장독위에 올려두고 오며가며 그사람 보듯 슬쩍 슬쩍 훔쳐보고 남몰래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붉히고는 했다 지금 이순간 당신도 첫눈을 보고있나요 그날의 눈사람은 없어도 내가슴속의 눈사람은 아직도 장독위에 서있습니다
2022.11.23 -
짧은시, 시추천 / 김춘수 <가을 저녁의 시>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다는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로움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는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보다 - 가을이 끝나가는 요즈음 가장 어울리는 시가 아닐까?
2022.11.11 -
가을시, 짧은시 / 조병화 <산책>
가을 길을 거닐다보면 자연스레 시가 하나씩 떠오른다 가을에 어울리는 시 조병화의 산책을 소개한다. 산책 조병화 참으로 당신과 함께 걷고 싶은 길이었습니다 참으로 당신과 함께 앉고 싶은 잔디였습니다 당신과 함께 걷다 앉았다 하고 싶은 나무 골목길 분수의 잔디 노란 밀감나무 아래 빈 벤치들이었습니다 참으로 당신과 함께 누워 있고 싶은 남국의 꽃밭 마냥 세워 푸르기만한 꽃밭 내 마음은 솔개미처럼 양명산 중턱 따스한 하늘에 걸려 날개질 치며 만나다 헤어질 그 사람들이 또 그리워들었습니다 참으로 당신과 함께 영 걷고 싶은 길이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영 앉아 있고 싶은 잔디였습니다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