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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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소개/ 정지용 오월소식
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여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여,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로만팈을 찾어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 오는듯 머얼미 우는 오ㄹ간 소리.... - 어느덧 다가온 5월 해가 바뀐지 얼마 되지 않..
2022.04.28 -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사랑하는데 이유가 어디있어 라는 말을 종종 하고 종종 듣곤한다. 그러나 간혹 분명한 이유가 느껴지기도한다. 내가 저런 모습을 사랑했었지 내가 저런 모습에 푹 빠졌었지 하는 부분들을 기억 저편에서 만나곤 한다.
2022.03.27 -
나태주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워낙에 유명한 시라 그냥 지나치곤 하지만 마치 이 시에서 말하는 풀꽃과 같이 곱씹을 수록 아름다운 시 같다. 자세히보고 오래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시 같다. 오늘도 가까운 주변을 돌아보며 감사와 기쁨을 찾는 하루가 되길:)
2022.03.17 -
내 어깨가 젖어도 좋아 / 우산 / 박치성
우산 속 우리 둘만의 우주에서 당신의 어깨를 감쌀 수 있다면 내 한쪽 어깨는 조금 젖어도 괜찮아요. 난 당신을 향한 마음만 차가운 비에 젖지 않으면 됩니다. 아, 물론 젖는다고 이 뜨거운 마음이 식을 리는 없습니다만 - 마치 우주와 같이 느껴지는 우산 속. 일상에서 마주하는 가장 작은 우주. 기꺼이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마음.
2022.03.14 -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날이 많이 풀렸다. 봄이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날씨 처럼 차디찬 세상에도 봄이 오면 좋겠다. 나부터 한 걸음 책임감을 가지고.
2022.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