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 모음 / 고향, 겨울, 달, 산에서 온 새
2023. 1. 6. 23:49ㆍ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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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겨울
정지용
비ㅅ방울 나리다 누뤼알로 구을러
한 밤중 잉크빛 바다를 건늬다.
달
정지용
선뜻! 뜨인 눈에 하나 차는 영창
달이 이제 밀물처럼 밀려오다.
미욱한 잠과 베개를 벗어나
부르는이 없이 불려 나가다.
한밤에 홀로 보는 나의 마당은
호수같이 둥그시 차고 넘치노나.
쪼그리고 앉은 한옆에 흰돌도
이마가 유달리 함초롬 고와라
연연턴 녹음, 수묵색으로 찢은데 찢 지
한창때 곤한 잠인양 숨소리 설키도다.
비둘기는 무엇이 궁거워 구구 우느뇨,
오동나무 꽃이야 못견디게 향그럽다.
산에서 온 새
정지용
새삼나무 싹이 튼 담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 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누이 보고 지고.
따순 봄날 이른 아침 부터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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